Memoir 2011

Diger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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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 College

손녀 돌보는 것도 우리가 건강해서 가능했다. 그런데 와이프가 작년부터 치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왔는데 결국 이빨들을 발치하고 임프랜트를 여러개 해야 한다고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생각 끝에 와이프는 계속 학교에 나가 가르치는 일도 어려워지고 Sela를 정성껏 돌보려면 은퇴를 해야겠다고 결정하니 모두 반가워 했다.

손주들

우린 같이 보스톤 칼리지 Slavic and Eastern Languages Dept. 학과장 마이클 코널리(Michael Connolly)교수를 찾아가 상의했다. 코널리 교수는 내가 돌아 온 줄 알고 내가 다음 학기부터 가르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와이프를 일년간 medical leave로 해주겠다고 했다. 나 역시 뭔지 해야 할 일이 있고 대학에 연관되는 게 좋을 것 같아 결국 내가 다음 학기에 한 과목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거의 20년 살던 시카고를 떠나 1989년 보스톤에 와서 하바드 옌칭도서관에서 16년 근무하고 2005년 은퇴 후 한국에 가서 한성대학에서 2년, 배재대학에서 3년 동안 가르치고 이제 보스톤 칼리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새로운 인생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내 인생에 은퇴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뭔지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속에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다.

와이프가 지난 18년동안 보스톤 칼리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느라 교과 과정이나 내용을 잘 정리해 두어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배우고 연구할 일들이 많았다. 내가 일평생 제일 자신 있게 구사해온 언어인데 막상 가르칠 준비를 하려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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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70th Year

영호는 우리가 둘 다 금년에 칠순이 되었고 엄마 생일은 9월, 내 생일은 11월이니 10월에 칠순 잔치를 하자고 한다. 그래서 저희들이 잘 알고 자주 가는 캠브리지의 불루룸 (Blue Room)이라는 불란서 식당에서 손님들을 초대하여 저녁을 초대하기로 했다. 날자는 10월 9일 일요일 저녁 6시로 정했다.

9월 29일 오후 하바드 한국학연구소 3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받아서 오랜만에 교수들과 직원들을 만나 칠순 파티를 이야기했더니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바드에 있는 동안 한국학연구소 이사를 겸해서 소장 김선주 교수, 부소장 수잔 로렌스, 카터 에카트 교수, 대비드 맥켄 교수 그리고 에드 베이커 모두 가족들과 같이 오기로 했다.

2013/10/9 일요일

10월 9일은 계속되던 비도 그치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시원한 저녁이어서 축복받은 칠순 잔치 날이었다. 한국학 교수들 외에 지인 30명이 참석해서 좋은 음식과 와인을 마시며 우리 칠순을 축하해 주었다. 카터 에카트 교수는 오기 전에 105세 되신 어머니한테 칠순 파티에 간다고 했더니 아직 너무 어리다고 했다고 덕담을 해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선물도 많이 받았고 Sela가 너무 귀여워 칭찬을 많이 들었다.

Celebration messages

Thank you for including us in your special celebration! It was a delightful evening and it was our honor and pleasure to be there. Sela is such a joy! Until we see you again, With best wishes,

Susan Laurence


It was a wonderful party. Thank you for inviting us. Congratulations again,

Ed & Diane Baker


윤충남교수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가족과 지인이 다 모여서 축하하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 함께하게돼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김선주 드림

2011/11/23 수요일

지난 10년간 내 분신처럼 아끼고 즐겨 애용했던 Honda Accord 차가 10만 마일이 넘으니 첵크 알림이 나타난다. 영호 타오가 그 동안 Sela 돌봐주어 감사하다고 내 생일 선물로 Mazda5 를 구입해서 오늘 오후에 가져왔다. 왜곤이라 온 가족이 다 탈 수 있고 운전도 쉽다. 색깔은 Grey.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안전해서 다행이다.


2011/12/11 일요일

오후 3시에 Arlington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Brahms 의 German Requiem 을 연주하였다. Mary Nodine하고 2nd violin 맨앞에 앉았다. 대성황이었고 감동적이었다.

Letters

선생님~~

정말 부러워요. 그리고 축하 드려요. 그 어려운 브람스 레퀴엠을 연주하시다니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도 굉장히 큰데요. 제가 가슴이 더 두근거려요. 행복하시고 뿌듯하시죠? 다시 한번 축하 드려요. 저에게 삶을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를 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조인숙


충남형,

내가 형을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인데 누구한테든 자랑을 합니다.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서 클라식을 좋아 하셔서 이틀 전엔 병원 옆 Heritage에서 김동규 자선 음악회에 외출허가 받아 갔었는데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입원해 계시지만 잠시 외출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넉 달 째 병원에 계신 부모님 돌보고 있어요.

최석범

2011/12/19 월요일

오늘 기말 고사도 끝나고 앞으로 한 달간 겨울방학이다. 작년 한국에서 돌아온 지 꼭 일년 되었다. 손녀를 돌보며 남은 여생이 외롭고 애처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귀엽게 자라고 에너지 넘치는 손녀와 매일 지내면서 힘들긴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과 보람을 안겨주고 있다. 진정으로 감사한 한 해였다.

더구나 보스톤 칼리지에서 가르칠 기회가 주어져 내 인생엔 은퇴가 없게 되었고 아직도 매일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오케스트라에 나가며 취미생활도 하고 사람들도 만난다.

와이프도 지난 2년 동안 치과에 다니며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임플랜트도 오늘 다 끝난다고 한다. 웃는 미소도 아름다워졌고 얼굴이 훨씬 밝아졌다. 손녀에게 쏟는 정성과 애정이 지나쳐 가끔 아들 며느리한테 핀잔도 듣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즐거워한다. 지난 주부터는 Sela가 할머니 소리도 비슷하게 하고 드디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제대로 알아보고 부르게 되었다. 하는 짓이 아주 귀엽고 영특하다.

2011/12/31 토요일

2011년이 너무나 빨리 지났다. 그래도 Sela를 돌보며 귀엽고 영리하게 자라는 모습이 우리에겐 살아온 보람과 기쁨을 안겨 준 귀중한 해 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 가짐도 할 수 있었다. 우선 아들 며느리에게 우리의 자식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 속에 서로의 필요성을 다짐하였다.

좀 어려운 일이 생기고 힘들어도 충분한 이해와 인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Sela를 돌봐야 하고 집안 일들을 보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