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마치며

pinocc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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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의 여학생 하나가 교장에게 가서 말했다.
“저는 매우 중요한 일로 집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 보아야 합니다.”
교장은 즉시 그녀에게 허락을 내려서 그녀는 자기 물건을 꾸려서 고향으로 출발했다. 집에 들어가자 그녀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젊은 얼굴에 매우 확고한 표정을 띠고,
“어머니 저는 잠시 동안 어머니를 뵈오려고 왔읍니다. 저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읍니다. 다시 한번 어머니를 뵙고 작별을 드리고 싶어서 왔읍니다.”
하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모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서 딸에게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작은 소녀는 그녀가 들었던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어머니에게 들려주고,
“어머니 저는 조국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 합니다. 저는 세상에 나가서 독립을 외치고 우리의 자유를 위해 제 목숨을 바쳐야 합니다.”
하고 외쳤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그녀의 작은 딸을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숙이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아, 함께 저녁을 들자. 그리고 나도 또한 너와 함께 가겠다. 우리 둘다 나라를 위해 죽기로 하자.”
한국인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여기 또 하나 있다. 한 젊은 여자가 일본 경관에 의해 온 거리를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한국인의 자유의 함성인 ‘만세’를 외칠 때마다 경관은 그녀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몇 번이고 구타가 되풀이된 후에 마침내 경관은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년아 너는 만세를 외치기 때문에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
하고 그가 말했다.
“내 안에 있는 유일한 것은 만세의 얼이요.”
하고 고통으로 이그러진, 그러나 겁없는 젊은 여자가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때릴 때마다 그것이 나와야 합니다. 당신이 나를 많이 때리면 때릴수록 나는 더 많이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겠읍니다.”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삼일운동사자료집』, 한국의 어린순국자들, 한국의 얼 中


오늘 논문 제출을 마지막으로, 석사학위논문 작성의 긴 여정을 마쳤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오렌지를 뜯어먹고있다.

새콤달콤.. 오렌지가 맛있어서 하나 더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냉장고에가서 얼른 또 하나를 꺼내가지고 왔다.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과일이 있는 칸이 어딘지 잘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보면 내가 3.1운동 개방적 연계 데이터 구축 연구라는 이름으로 수행한 작업은 이렇게 맛있는 과일들을 잘 분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것과 유사할지 모르겠다.

LOD는 특정 대상 세계에 적합한 분류 체계를 바탕으로 데이터와 데이터를 의미에 따라 연결해주고 이 연결 관계를 통해 대략적인 지식의 뼈대를 드러낸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통해 쓰고 싶은 것은 이런 나의 연구의 유의미한 점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데이터와 데이터의 관계로 표현된 3.1운동은 그 지식의 외연을 드러내는데 명료한 부분이 있고 또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분명 유용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비유를하면 이건 어디까지나 오렌지나 사과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그 원산지는 어딘지, 같이 먹으면 맛있는 다른 재료는 어떤게 있는지... 이러한 부수적인 부분을 지시해주는 것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

과일에 대한 분류와 정리가 오렌지의 새콤달콤한 참 맛을 느끼도록 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 처럼, 연결된 데이터 그 자체는 1919년의 시대 정신과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도록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렌지를 한 입 베어먹었을 때 온 몸에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그 맛! 그건 최소 단위로 쪼개진 지식이 잘 분류되고 연결되어 펼쳐진 모습보다는 '지식'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이전, 그 이름모를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날 것 그대로의 기록과 더 닮았다.


인간의 감성과 정신은 숫자로 변환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는 인간이 그리는 천태만상 이야기의 기쁨과 슬픔과 열정의 울림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 내용의 지시적인 요소만을 표현해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3.1운동을 더 잘 이해하고, 내 삶과 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가져올만큼 깊이 느낄 수 있으려면 지금 남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사료를 찾아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처지와 선택에 공감해보면서 한 세기 전의 그 분들과 나의 연결성을 느끼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수많은 관련된 정보가 데이터로 연결되어도, 나 자신과 그 시대의 영혼과 같은 무언가가 연결되지 못한다면 결코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없고, 마음으로 존중할 수 없고, 나와 시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논문의 말미에서도 난 LOD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적었는데, 어쩌면 여기서는 더욱더 이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건 LOD라는 문제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간단하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의 제안은, 정보의 검색과 열람을 편리하게 해주는 개방되고 연결된 데이터라는 것의 순기능을 활용하되, 3.1운동을 더 잘 알고싶다면 보이는 데이터와 이에 연결된 사전적 정보만을 읽는데 그치지 말자는 것이다.

그보다는 남아있는 원사료를 통해 피상적인 것 이면에 있는 인간의 모습을 느끼고 받아들여 봄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내 연구의 필요성과 유용한면은 논문에서 귀찮을정도로 강조를 했으니, 여기서는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