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ari
목차
정의
《Minari》는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A24에서 배급한 2020년 영화로, 한국계 미국 이민자 가족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아칸소로 이주하며 겪는 갈등과 치유, 성장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미나리’라는 식물의 은유를 통해, 삶의 복잡한 뿌리와 살아남는 것의 아름다움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자전적인 서사와 가족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관객은 이민의 현실 너머 ‘공감’이라는 보편적 언어에 도달하게 된다.
내용
❶ 뿌리를 내리는 이야기, '미나리'
《Minari》는 단순한 이민 서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부여잡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미나리’라는 식물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버려진 물가에 뿌리를 내리고, 누구의 손길 없이도 다시 자라는 그 풀처럼, 이 가족은 부서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를 품고 있다.
❷ 아버지의 미국, 어머니의 가족
제이콥은 아버지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하는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아칸소로 가족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내 모니카에게 그 땅은 **외롭고 무서운 시골**일 뿐이다. • 제이콥은 토양과 씨앗을 믿고, • 모니카는 교회와 사회적 연결을 원한다. 이 두 욕망은 충돌하지만, 그 밑에는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같은 뿌리**가 있다. 이 영화는 **부부의 균열을 심판하지 않고**, 그들의 불안과 선택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앤과 데이빗—의 눈으로, **무너짐과 회복의 순간**을 포착한다.
❸ 할머니라는 타자의 도착
순자는 한국에서 건너온 할머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생각하던 할머니의 모습과는 다르다. 욕을 하고, 무서운 영화도 보고, 요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데이빗의 삶을 바꾸고, 그의 마음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남긴다. • 데이빗은 순자를 싫어하고, • 순자는 그럼에도 데이빗을 걱정한다. 이 둘의 관계는 진짜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혈연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살아낸 사람이 가족임을 영화는 말한다.
❹ 언어의 부재, 감정의 충돌
《Minari》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하지 않는다. 침묵과 시선, 몸짓과 간격으로 감정이 전달된다. 미국과 한국,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놓인 인물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때론 상처 주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연결**된다. 이 영화는 언어보다 **관찰과 공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❺ 물가의 미나리, 그리고 남은 것
불이 모든 것을 삼킨 이후, 남는 것은 **미나리**다. 이 식물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땅에서 자라났고, 모든 것을 잃은 자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한다. 희망은 거창하지 않다. 《Minari》는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시 자라날 수 있는 땅과, 옆에 있어줄 누군가뿐이다.
추가 해설
✦ 영화 속 ‘시간’ – 느리게 자라는 서사
《Minari》는 급진적 사건 없이 조용히 흘러간다.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고, 마트를 찾고, 아이가 할머니에게 익숙해지고, 텃밭에 식물이 자라기까지의 시간을 영화는 기다린다. 이 느린 흐름은 현대 서사에 익숙한 관객에게 오히려 더 많은 침묵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빠르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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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 미국이라는 땅, 한국이라는 감정
영화는 이 가족을 도시가 아닌 시골 농장에 데려다 놓는다. 이곳은 전통적인 미국성이 살아있는 공간이자, 낯설고 불편한 생존의 장소다. • 제이콥에게 이곳은 ‘기회의 땅’ • 모니카에게는 ‘절망의 늪’ 같은 풍경이 다른 인물에게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그 안에서 미나리는 경계의 식물로서 자란다. 물과 땅, 한국과 미국, 과거와 현재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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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결 – 분노도, 눈물도 조용히
이 영화는 격렬한 대립이나 폭발적인 감정보다, 누적되는 침묵과 정적을 선택한다. • 아이가 혼자 방에 있는 시간 • 부부가 말없이 식탁을 정리하는 시간 • 할머니가 불을 저지르기 전 망설이는 시간 이러한 ‘사이의 시간’들이 모여서, 영화는 폭력보다 더 진한 감정의 결을 만들어낸다. Minari는 우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젖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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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라는 상징 – 실패한 땅에 피어나는 희망
미나리는 누구도 돌보지 않은 공간에서, 불탄 잿더미 근처에서 자란다. 그 풀은 튼튼하고, 질기고, 번식력이 강하다.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외할머니가 실제로 심었던 미나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풀은 이민자의 생존력을 상징하며,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위로로 작동한다.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 깨닫는다. 미나리는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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