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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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르로이

토마스 르로이(Thomas Leroy)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스완(Black Swan, 2010)》에 등장하는 인물로, 뉴욕의 발레 극단을 이끄는 예술 감독이자 안무가이다. 배우 뱅상 카셀(Vincent Cassel)이 이 역할을 맡았다.

토마스는 섬세하고도 공격적인 연출 스타일로 유명한 인물로, 작품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의 내면까지도 조형하려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닌다. 그는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을 맡을 무용수를 캐스팅하면서, 주인공 니나에게 백조의 순수함뿐 아니라 흑조의 관능성까지 표현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토마스는 예술적 욕망을 넘어, 무용수들의 심리와 육체를 자극하며 그들을 "깨뜨리고 다시 빚어내는"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니나와의 관계에서는 예술적 완성을 위한 스승이자, 심리적 조종자이자, 욕망의 매개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작품의 중심 긴장을 이끈다.


욕망의 삼각형 구조에서의 위치

  • 주체(Subject): 니나
  • 중개자(Mediator): 토마스 르로이
  • 대상(Object): 블랙스완, 또는 릴리라는 자유롭고 해방된 존재

르네 지라르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스완》은 니나에게 투사되는 욕망의 구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욕망은 토마스라는 남성 중개자를 통해 매개되며, 니나는 릴리를 모방하거나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자아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성적 욕망과 자기 해체

토마스는 니나가 완벽한 주인공 역을 얻기 위해 반드시 자기 검열을 해체하고, 성적 욕망을 인지하며, 관능성을 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니나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탈바꿈시키며 블랙스완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외견상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퇴행적 측면을 내포한다. 니나는 토마스라는 타인의 욕망을 통해 자기를 바라보게 되고, 결국은 외부 욕망에 의해 형성된 자아로 해체된다.

니나와의 관계

니나는 토마스를 중심으로 욕망을 구성하는 수동적 존재이다. 이전에는 어머니의 욕망에 의해 조정되는 백조로 살아왔지만, 토마스를 통해 블랙스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니나에게 있어 욕망의 중개자이자 통과의례를 부여하는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토마스 르로이는 니나의 예술적 스승인 동시에, 권력의 위치를 이용해 그녀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인물이다. 그는 니나의 잠재력을 이끌어낸다는 명목 아래 반복적으로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저지르며, 이를 예술적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지도자의 범위를 넘어서며, 성희롱적 요소와 함께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 해석하려는 권력적 시선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그는 니나의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지만, 동시에 여성을 도구화하고 성적 해방을 강요하는 문제적 인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여성서사 속 남성의 아이러니

《블랙스완》은 토마스라는 절대적인 위치의 남성 연출가의 시선에 들기 위해, 여성들이 스스로를 성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이 영화는 니나에게 투사된 욕망의 구조를 다룬다. 이 욕망은 토마스를 중개자로 하여 작동하며, 니나는 릴리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

니나는 근본적으로 수동적인 인물이다. 이전까지는 어머니의 욕망이 투사된 존재로서 ‘백조’처럼 살아왔지만, 토마스에 의해 ‘흑조’로서의 자아가 자극되며 처음으로 자기 통합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은 표면적으로는 성장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퇴행적인 면모도 함께 지닌다. 왜냐하면 니나는 결국 자기 내면에서 비롯된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통해 형성된 자아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토마스가 니나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니나는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거나 표현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고전적인 여성 서사에서 ‘남성 인물’은 종종 여성 주인공에게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해 왔다. 서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변화’는 흔히 남성의 등장에 의해 발생하며, 《블랙스완》 역시 그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여성 서사가 주목받고 있고, 여성 주인공 중심의 작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서사에서 여성의 주체성 변화는 남성의 매개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토마스는 바로 그 구조적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로, 여성 중심 서사 속에서조차 배제되지 않는 남성 역할의 불가피성을 상징한다.

참고 자료

  • Mulvey, Laura.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Screen, vol. 16, no. 3,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