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루스 스네이프 vs 루시우스 말포이
내용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선택을 한 여러 대척점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세베루스 스네이프와 루시우스 말포이는 처음에는 비슷한 선택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인물들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의 편에 섰던 '죽음을 먹는 자'였으며, 순수혈통 중심주의에 노출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과거를 공유한 이들은 각자의 내면적 동기와 선택을 통해 완전히 다른 결말에 도달한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과 차별 속에서 자라왔고, 순수혈통 중심의 슬리데린 하우스에 소속되며 볼드모트의 사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는 한 사람, 릴리 에반스에 대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볼드모트가 릴리를 살해하려 했을 때, 스네이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덤블도어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후 그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며, 해리를 보호하는 삶을 택한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오만한 모습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평생을 짊어진 죄책감과 희생의 무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네이프의 선택은 자기중심적인 이익보다 사랑과 속죄, 그리고 희생의 가치를 택한 것이었다.
반면 루시우스 말포이는 마법 세계에서의 지위와 권력을 중시하는 순수혈통 귀족 출신이다. 그는 볼드모트를 진정으로 숭배하기보다는, 자신의 가문과 입지를 위해 죽음을 먹는 자로 활동했다. 볼드모트가 부활한 이후에는 다시 충성을 맹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아들 드레이코가 위험한 임무에 휘말리자, 루시우스는 점차 볼드모트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저항하거나 명확히 선을 긋지는 못한다. 그는 철저히 자기 보존을 위한 기회주의적인 길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가족은 살아남았지만 명예와 권위는 무너졌다.
이처럼 스네이프와 루시우스는 같은 시대, 같은 어둠 속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스네이프는 자신의 과오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행동으로 증명했으며,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해리를 보호하는 사명을 다했다. 반면 루시우스는 끝까지 확고한 신념을 세우지 못한 채 흔들리며, 위기의 순간에도 행동보다는 회피를 선택했다.
이 두 인물의 대비는 결국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우리를 정의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덤블도어의 말처럼,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선택은 언제든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진정한 용기와 책임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