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초담 KU
Meta Data
- 타입: 문헌
- 한글제목: 학산초담
- 한자제목: 鶴山樵談
- 저자: 허균
- 간행년: 1593년
- 편자: 필암서원 201310038 임경희
정의
1593년(선조 26) 허균(許筠)이 지은 시평서.
내용
필사본. ≪패림 稗林≫ 제6집에 수록되어 있다. 허균의 후기에 의하면, 그가 임진왜란을 피하여 강릉에 머무르던 25세 때에 ≪학산초담≫을 썼다. 이 책은 조윤제(趙潤濟) 소장의 ≪패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학계에 관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학산초담≫의 내용은 시화·시평이 99칙(則), 기타 9칙, 합하여 108칙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제왕문장(帝王文章)에 관하여 언급하고, 조선시학의 흐름을 개관하면서 최경창(崔慶昌)·백광훈(白光勳)·이달(李達) 등 이른바 삼당시인(三唐詩人)을 중점적으로 거론하였다. 중간에 당시 유명시인들의 시를 언급하면서 중국시학의 흐름에 대하여서도 조금 언급하였다. 그밖에 기녀의 시 또는 서얼의 시 등도 평하고 있다.
≪학산초담≫은 주로 학당파(學唐派) 시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즉, 삼당시인이 18칙, 허봉(許篈)이 25칙, 허난설헌(許蘭雪軒)이 6칙, 소(蘇齋)·호(湖陰)·지(芝川)가 5칙, 그밖에 이주(李胄)·김정(金淨) 등과 백대붕(白大鵬)에 이르는 당시풍(唐詩風) 추종자들의 시에 대한 평론이 다수 등장한다.
김인후 일화
≪학산초담≫에는 어떤 이가 죽은 하서 김인후를 만난 이야기가 있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죽은 뒤, 오세억(吳世億)이란 자가 갑자기 죽더니 반나절 만에 깨어나서는 스스로 하는 말이, 어떤 관부(官府)에 이르니 ‘자미지궁(紫微之宮)’이란 방이 붙었는데 누각이 우뚝하여 난새와 학이 훨훨 나는 가운데 어떤 학사(學士) 한 분이 하얀 비단 옷을 입었는데, 흘긋 보니 바로 하서였다. 오씨는 평소에 그 얼굴을 알고 있는데, 하서가 손으로 붉은 명부를 뒤적이더니, 자네는 이번에 잘못 왔네. 나가야겠네그려.”하더니, 다음과 같이 시를 지어 주었다고 했다. - 세억은 그 이름 자는 대년 / 世億其名字大年 문 밀치고 와서 자미선 뵈었구려 / 排門來謁紫微仙 일흔에 또 일곱 된 뒤에 다시 만나리니 / 七旬七後重相見 인간 세상 돌아가선 함부로 말하지 마오 / 歸去人間莫浪傳 - 깨어나자 소재 상공(蘇齋相公)께 말씀드렸다. 그 뒤에 오씨가 일흔일곱 살에 죽었다. 인후(麟厚)의 자는 후지(厚之), 울주인(蔚州人)이며 벼슬은 교리(校理)이고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아마 오세억이란 자는 하서와 같은 고향에 사는 사람이었나 보다. 그는 갑자기 죽고 나서 자미궁의 신선으로 있는 하서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하서가 저승 명부를 보고 그를 다시 이승으로 가라고 하면서 지어 준 시가 바로 위 시이다. 그는 이 시를 소재 노수신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야기를 허균이 직접 지었을 리는 없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정리하였으리라. 그럼에도 이야기가 재미있다. 저승에 가서도 신선이 되어 시를 짓는 하서. 그야말로 학과 같은 풍모이다. 그리고 그가 머물고 있는 곳 이름 또한 자미궁이다. 자미는 두보의 호이기도 하고, 자미화는 백일홍 배롱나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