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 드레이코 말포이

내용

해리포터와 말포이의 첫 만남은 마법사 옷가게에서였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처음부터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고, 고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어울릴 친구는 잘 골라야 해." 겉으로는 친절해 보였지만, 그 말에는 순혈주의적 편견과 오래된 말포이 가문이 가진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그는 ‘슬리데린의 명문’으로 불리는 가문 출신으로, 순혈 가문만이 마법 세계의 정통이라 믿으며 자라왔다. 그런 가문의 전통과 사상은 그의 말투,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느꼈다. "이 아이와는 다르다." 해리는 평범한 머글 가족, 그것도 냉대 속에서 자라왔다. 가문도, 명예도 없었고,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에게 중요한 건 가문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었다.

호그와트에 들어간 뒤, 해리는 그리핀도르에, 말포이는 슬리데린에 배정되며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것은 단순한 기숙사 배정이 아닌, 각자 지닌 가치관과 가문의 색깔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말포이는 말포이 가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항상 오만하고 당당했으며, 해리는 포터 가문에 대한 세상의 기대와는 달리, 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애썼다.

말포이 가문은 순혈주의를 신봉하는 오래된 마법사 집안이었다. 그의 아버지, 루시우스 말포이는 죽음을 먹는 자로서 볼드모트를 따랐고, 그는 아들인 드레이코에게도 자연스럽게 그 길을 ‘운명’처럼 강요했다. 하지만 드레이코는 가문의 명예와 자기 내면 사이에서 점점 괴로워진다.

6학년이 되었을 무렵, 그는 볼드모트로부터 ‘덤블도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가문의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이자, 벗어날 수 없는 족쇄 같은 과제였다. 겉으로는 여전히 오만했지만, 속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점점 말수가 줄고, 혼자 숨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아졌다. ‘말포이 가문의 후계자’라는 책임과, ‘한 명의 아이’로서의 두려움 사이에서 그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한편, 해리도 포터 가문이라는 이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은 아이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영웅으로 보이기보단, 언제나 진실과 정의를 스스로 찾으려 했다."우리를 정의하는 건 태생이 아니라, 선택이란다." 덤블도어의 이 말은 해리뿐만 아니라, 언젠가 말포이에게도 깊은 의미로 남게 된다.

결국 말포이는 덤블도어를 죽이지 못했고, 그 역할은 스네이프가 대신한다. 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가문의 명령에 저항한 순간이었다. 그건 비겁함이 아닌, 한 아이가 어른들의 세계에서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호그와트가 전장의 한가운데가 된 마지막 전투 날, 말포이는 여전히 혼란 속에 있었다. 어둠의 세력에 더 가까웠지만, 그 길이 옳다고 확신하지 못한 채 흔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해리는 불길 속에 갇힌 말포이를 구해낸다. 예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알았다. 그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존재라는 것을.

19년 후, 킹스크로스 역. 이제는 부모의 입장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마주한다. 서로의 아이를 호그와트로 보내는 날, 해리와 말포이는 짧은 눈빛을 나눈다. 말은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분명했다. 모든 걸 이해한 건 아닐지라도, 더는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큼은 서로 알고 있었다.

해리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혹시 슬리데린에 가더라도 괜찮아.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어." 그 말 속에는 과거의 라이벌이자, 지금은 더 이상 적이 아닌 말포이에 대한 용서와 이해가 담겨 있었다.

어릴 적 그들은 적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닮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압박, 기대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야 했던 두 사람. 단지, 다른 방식으로 살아냈을 뿐이었다.

"이 세상은 착한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로 단순히 나눌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의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