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원본으로 다시 만나다"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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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9일 (수) 23:40 판
전시개요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르크스와 모택동을 뒤로하고 공산당 시절 버렸던 공자를 다시 붙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공자학당 공자아카데미 수천 개를 세우고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붙고 있다. 그러나 사상적 관점에서 봤을 때, 위로는 왕에서부터 시골의 문중과 마을에 이르기까지 실천의 장이 되었던 곳은 바로 조선이었다. 문치주의와 평화외교 노선을 취하고 법보다는 윤리와 예의를 중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강대국의 전유물인 사회 질서와 사상의 보편성을 우리는 이미 500년 전부터 확보하고 실천했던 것이다. 오늘날 서구 일변도의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시점에서 보면, 분명 유교사상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더구나 21세기 형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다산의 유교사상은세계사적 관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한다. 요컨대, 다산 사상은, 유학 1기의 공자 2기 주자에 이어 유학의 제3기 유학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자 일변도의 유교사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했을 뿐 아니라 서구의 사상(기독교사상)을 받아들여 동양 뿐만 아니라 세계적 사상가로서 학술적 영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전통시대 학문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183책 500 여권의 저작을 남겼다. 대부분은 강진에서 제자들을 육성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한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불행이었을 18년의 유배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엄혹한 일제시기 위당 정인보 만세 안재홍 선생이 여유당전서로 그 업적을 망라적으로 펴냈고, 2000년대 초 다산학술문화재단에서 정본여유당전서를 엮었지만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이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君子가 책을 지어 세상에 전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알아줌을 구하여 온 세상 사람들의 책망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백세(百世) 뒤에 알아줄 이를 기다려 호를 “사암(俟庵)”이라 했을까? 그 간절함이 있었기에 역사의 격랑과 인멸(湮滅)의 위기 속에서도 전해진 저술 덕분에 그의 학문은 다산학(茶山學)으로 거듭났고, 이제 그의 학문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벗어나 세계적 조명을 기다리게 되었다.
2015년 김영호 교수는 189점에 이르는 다산 관련 학술자료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했다. 여유당전서의 저본이 된 정고본(定藁本)과 다산가의 가장본(家藏本)이 대부분이다. 강진에서 완성했고, 돌아온 열수(洌水) 한강 가에서 매만진 그의 저작들을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다.
‘나는 다산 저술이라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갔고, 누구에라도 무릎 꿇고 절을 했다’
김영호 교수의 이 한마디 증언에서 그의 정성과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이미 초대원장 이선근선생이 앞장서 26책의 다산 가장본을 구득, 소장하고 있다. 이제 김영호 교수의 기탁분을 합치면 다산 저술의 2/3 이상을 원본으로 보유하게 된다. 영국인 토머스 칼라일은 세익스피어에 대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 영국인의 문화적 자존을 우리는 마냥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전시장 파빌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