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의 두 판 사이의 차이
7번째 줄: | 7번째 줄: | ||
|color=#D5DBDB | |color=#D5DBDB | ||
|text=<poem> | |text=<poem> | ||
−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 +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7684c195eb73435081cc5fa966327452 네이버 사전 '바람벽'], 방이나 칸살의 옆을 둘러막은 둘레의 벽.</ref>에 |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 ||
이 흰 바람벽에 | 이 흰 바람벽에 | ||
희미한 십오촉 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 희미한 십오촉 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 ||
− | + | 때글<ref>[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new/100-seok.htm 백석 시에 자주 사용되는 어휘와 뜻풀이],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절다.</ref>은 다 낡은 무명샤쯔<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451af3e2133a4c21a266aa938d7a640d 네이버 사전 '샤쯔'], [북한어] ‘셔츠(서양식 윗옷)’의 북한어.</ref>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bb041a7cf7bc414fbef09d1e0c5d5262 네이버 사전 '쉬이다], (잠시 머무르다)’의 사동사.</ref> | |
− |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백석| | + |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백석|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 ||
이 흰 바람벽에 | 이 흰 바람벽에 | ||
18번째 줄: | 18번째 줄: | ||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 ||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 ||
− | 또 내 사랑하는 | + | 또 [[란|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
− | [[란| | + | [[란|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
− | 어늬 먼 앞대 조용한 [[통영| | + | 어늬 먼 앞대<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8e5cff02019444bebdac4e6f2659dcae 네이버 사전 '앞대'], 어떤 지방에서 그 남쪽의 지방을 이르는 말</ref> 조용한 [[통영|개포가]]<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b456ed906b244477a26e347b92e1a28f 네이버 사전 '개포'], |
+ | [북한어] 강이나 개울가에 펼쳐 있는 밭.</ref>의 나즈막한 집에서 | ||
그의 [[신현중|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 그의 [[신현중|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 ||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 ||
− | 그런데 또 | + | 그런데 또 이즈막<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2491cbbcf6a3428f95f9e9dac2e15c04 네이버 사전 '이즈막'], 얼마 전부터 이제까지에 이르는 가까운 때.</ref>하야 어늬 사이엔가 |
이 흰 바람벽엔 | 이 흰 바람벽엔 | ||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 ||
29번째 줄: | 30번째 줄: |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 ||
− |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 + |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3848f2c83cc549e08cabe0942c979a42 네이버 사전 '호젓하다'], 1. 후미져서 무서움을 느낄 만큼 고요하다. 2. 매우 홀가분하여 쓸쓸하고 외롭다.</ref>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
− |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 + |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fa2612203a114f46bf93abaa6fff5d0d 네이버 사전 '울력'],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함. 또는 그런 힘.</ref>하는듯이 |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
− | 초생달과 | + | 초생달과 바구지<ref>[https://ko.dict.naver.com/#/entry/koko/5f80e0750f8645d9863d9f2b4a1bf831 네이버 사전 '바구지'], [북한어] 식물 [https://ko.dict.naver.com/#/entry/koko/70354e9c727741fb89182f0a3d65b9bf&directAnchor=s148601p94877 ‘미나리아재비’]의 북한어.</ref>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
− | 그리고 또 | + | 그리고 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38109&cid=40942&categoryId=34426 프랑시쓰 쨈]’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37791&cid=62066&categoryId=62066 도연명 陶淵明] 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7244&cid=59014&categoryId=59014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poem> | </poem>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시에 대한 설명'''=== | ==='''시에 대한 설명'''=== |
2019년 6월 18일 (화) 01:02 판
목차
정의
1941년 잡지 《문장》에 발표된 백석의 이 시는 고향을 떠난 인물의 내면을 통해 부정적 현실을 이겨내려는 내적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1]
내용
전문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2]에 |
시에 대한 설명
이 시는 고향을 떠나온 화자의 고백적인 목소리로 발화되고 있다. 화자는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을 마주하고 있다. ‘바람벽’은 논자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바람벽’이 외풍이 느껴지는 허술한 벽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바람벽’이 ‘바람’과 상관없이 방을 두르고 있는 벽을 의미할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정확한 이해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 시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람벽’의 색이 하얗다는 것, 그것이 영화 스크린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에서 ‘방’은 개인의 사생활과 휴식이 영위되는 긍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쓸쓸한 것”과 “외로운 생각”만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세계이다. 그러니까 화자는 고향을 떠나 객지의 좁은 방 안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화자에게 “흰 바람벽”은 특별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흰 바람벽”이 영화의 스크린처럼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을 영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스크린이 화자의 내적 욕망이 펼쳐지는 장소임을 짐작할 수 있다.[12]
시의 소재
백석은 그가 좋아하던 통영의 박경련을 신현중이 가로채 간 사건을 오래오래 잊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상실로 인해 생긴 충격을 그는 만주 생활 내내 씻어내지 못했다. 그는 삶을 전진시켜야 할 사랑을 배신에 의해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그의 마음의 스크린에 지아비와 마주 앉아서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 여인이 떠오른다. 백석은 그 여인에게 여린 것이 생겼을 거라고 상상한다. 사실은 박경련은 신현중과 결혼한 뒤에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13]
멀티미디어
이미지
동영상
전자지도
네트워크 그래프
... 등
참고문헌
기여
주석
- ↑ 네이버 지식백과 '흰 바람벽이 있어'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고봉준, 정선태, 위키미디어 커먼즈)
- ↑ 네이버 사전 '바람벽', 방이나 칸살의 옆을 둘러막은 둘레의 벽.
- ↑ 백석 시에 자주 사용되는 어휘와 뜻풀이,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절다.
- ↑ 네이버 사전 '샤쯔', [북한어] ‘셔츠(서양식 윗옷)’의 북한어.
- ↑ 네이버 사전 '쉬이다, (잠시 머무르다)’의 사동사.
- ↑ 네이버 사전 '앞대', 어떤 지방에서 그 남쪽의 지방을 이르는 말
- ↑ 네이버 사전 '개포',
[북한어] 강이나 개울가에 펼쳐 있는 밭. - ↑ 네이버 사전 '이즈막', 얼마 전부터 이제까지에 이르는 가까운 때.
- ↑ 네이버 사전 '호젓하다', 1. 후미져서 무서움을 느낄 만큼 고요하다. 2. 매우 홀가분하여 쓸쓸하고 외롭다.
- ↑ 네이버 사전 '울력',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함. 또는 그런 힘.
- ↑ 네이버 사전 '바구지', [북한어] 식물 ‘미나리아재비’의 북한어.
- ↑ 네이버 지식백과 '흰 바람벽이 있어'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고봉준, 정선태, 위키미디어 커먼즈)
- ↑ 안도현 「백석평전」 261p